“너는 밖에 나가서 모든 이웃에게 그릇을 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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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밖에 나가서 모든 이웃에게 그릇을 빌리라!”
-2019년 하반기 중서부아프리카지부 순방이야기-

중서부아프리카지부로의 부르심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마 28:18~20)

하나님께서는 이 말씀으로 우리 가정을 중서부아프리카지부로 불러주셨다. 갈 바를 알지 못하였던 아브라함을 불러내셔서 한걸음씩 인도하셨던 것처럼, 우리 또한 이곳에 대하여 아는 것은 없었지만, 부르신 주님이 한 걸음씩 인도하셨다.

중서부 아프리카는 사하라 남부의 사막에서 열대 아프리카로 넘어가는 점이지대인데, 보통 ‘사헬지역’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환경적으로 극심한 가뭄과 장기간에 걸친 건조화 현상으로 인해 사막화가 진행되어 질병과 기아의 위기 가운데 있는 땅이고, 또한 사회적으로도 장기간의 독재와 그로 인한 부정부패가 사회 곳곳에 만연하며 내전과 테러로 불안한 땅이다. 또한 중동, 북아프리카의 공격적인 이슬람 선교 전략으로 이슬람이 급속도로 남하하고 있는 곳이다.

한편 이 땅에 서 있는 교회의 모습은 환경적인 열악함과 견줄 만큼 많이 무너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샤머니즘과 혼합되어 대부분이 소원성취와 문제해결을 위한 처소가 되어버렸고, 잃어버린 영혼들을 살려내고 무슬림과의 영적 전쟁을 치를 수 있을 만큼 충만한 생명력이 있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영어가 아닌 대부분이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너무나도 무더운 환경이기에 많은 선교사로부터 외면받는 땅이 이곳이다.

이 땅의 필요는 복음

현지인들에게 수많은 필요가 있겠지만, 이 땅 곳곳을 다니며 선교사님들과 현지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님은 이들의 진정한 필요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셨다. 그것은 바로 복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이 이 땅의 온 영혼들과 그들을 마음 다해 섬기시는 선교사님들에게 필요하다.

순방 중에 어두운 밤, 전기 하나 들어오지 않는 시골 마을 깊숙한 곳에서 청년들의 요청으로 말씀을 나누게 되었다. 낮 동안 태양광 판으로 충전한 전등마저 나가자 작은 랜턴 하나를 켜놓고 복음을 전해야 했다. 그런데 어느 한 사람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의 존재적 문제인 죄에 대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시면서까지 우리를 위해 준비해 두신 의(義)에 대하여, 그리고 곧 임박할 심판에 대하여 선포했을 때, 그들은 그 복음 앞에 반응하였고, 기꺼이 십자가의 자리로 나아갔다. 또 다른 곳에서는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지식인 청년이 복음을 듣고 자신을 주님께 드리고 선교사로 헌신하는 영광도 보았다. 정말 이 땅의 황무함과 상관없이 이곳이 바로 ‘희어져 추수할 밭’이었다. 단지 복음이 나의 삶이 되고 그것에 대하여 가감 없이 증거 할 일꾼들이 부족할 뿐이었다.

약속의 말씀을 따라

“너는 밖에 나가서 모든 이웃에게 그릇을 빌리라 빈 그릇을 빌리되 조금 빌리지 말고, 너는 네 두 아들과 함께 들어가서 문을 닫고, 그 모든 그릇에 기름을 부어서 차는 대로 옮겨 놓으라 하니라” (왕하 4:3~4)

이 말씀을 묵상하며 ‘왜 그릇을 빌리라는 거지? 과부는 그릇에 무엇을 채울 능력도 없고, 그릇 빌린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데, 잠시동안 빌린다해도 그릇을 빌려준 자들에게는 무엇으로 갚지? 일을 벌려놓고 수습을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런 말 하나 없이 엘리사의 말에 순종했다. 엘리사가 지시한 대로 문을 닫고 두 아들과 함께 빌려온 모든 그릇에 기름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름이 끝없이 솟아 나왔다. 꽤 많은 그릇이었음에도 말이다. 이윽고 마지막 그릇 역시 문제없이 가득 채웠다. “그 다음 그릇은 없니?”라고 묻자 “네, 어머니… 그게 마지막이에요.” 아들의 대답과 함께 기름도 멎었다. 만약, 걱정으로 그릇을 조금만 빌렸다면 결국 그 만큼만 채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주님을 신뢰함으로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그릇을 다 긁어모아 왔더라면 ‘죽은 자를 살리시며,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부르시는 하나님께서 당연히 그 모든 그릇에 기름을 채우셨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마치 기름을 내 힘으로 만들어 내는 것인냥 착각하고 조바심을 내며 결국 발을 떼지 못하는 나의 모습과 다름을 이 말씀 속에서 발견하였다. 모든 권세와 능력이 주께만 있다는 것과 그분이 임마누엘 하셔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알고도 믿음이 없어 순간순간 두려워하던 때가 얼마나 많았었는지 돌아보게 하셨다. 그리고 이 말씀을 통해 내가 잡고 있던 계산기를 집어던지기로 결정했다. ‘그래! 어차피 하나님의 일은 내 계산이 불가능하고, 계산대로 되지도 않지!’

그래서 ‘너 자신의 어떠함에 메이지 말고 나의 지시대로 그릇을 빌리라.’는 말씀을 받고 더 이상 계산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순방을 다닐 나라와 이동 경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먼저 세웠던 나의 모든 계획은 다 백지화되었고 주님께서 친히 스케줄을 다시 짜주셨다. 이 과정을 통하여 다시금 선교의 주체가 되시며, 중서부 아프리카에 기름 부으시기를 원하시는 분이 다름 아닌 주님이심을 깨닫게 되었다.
주님께서 짜주신 일정을 따라 45일 동안 6개 나라를 다니며 대략 15명의 선교사님과 복음 안에서의 진한 교제를 하였다. 각 나라의 형편과 상황, 선교사님들의 사역 등 모든 것은 달랐지만 함께 교제하며 중서부 아프리카에 필요한 것은 오직 복음임을 서로 안에 확증하는 시간이었다.

그중에 지금도 활발하게 현지인 교회를 섬기고 계시는 한 선교사님의 이야기가 인상에 남는다. 선임 선교사님을 통해 건축한 예배당을 차지하려는 현지 지도자들에 의해 내쫓길 뿐만 아니라 목숨의 위협까지 받았던 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르심의 자리에서 죽고자 하는 마음으로 타협 없이 복음을 선포하며 그 자리를 지켜오신 이야기…. 지금은 그 교회가 장년으로부터 청년,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생명력 있게 주님을 예배하고 모이기에 힘쓰는지 볼 수 있었다. 방문한 첫 날도 교회 마당에 십자가 모양의 간이 침례탕을 만들어 놓고 침례식이 진행됐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사는 고백을 드리며 세례에 참여하는 성도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선교사님께서도 다른 것 아닌, 복음으로 이 땅이 충만해지는 꿈을 꾸고 계셨다.

또 강성 이슬람 국가에서 더위, 사막 모래와 싸우며 예배자로 섬기고 계시는 선교사님, 한국인이 아무도 없는 시골 마을에서 수십 년간 외로움과 싸우면서도 현지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양육하시는 선교사님, 위생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현지에서 자녀들을 낳고 새벽부터 기도로 부르짖으며 섬기시는 선교사님, 주님의 말씀을 따라 안락한 환경을 떠나 외국인이 아무도 없는 시골 깊숙이 들어와 교회를 섬기고 계시는 선교사님 등.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헌신과 순종으로 오늘도 중서부 아프리카 한 구석에서 섬기시는 선교사님들을 통해 이 땅을 포기치 않은 하나님의 사랑과 열심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순방을 통해 여러 선교사님이 그릇이 되기로 순종해 주셨고, 이 그릇들에 하나님께서 기름 부어주시도록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내게는 아무런 능력도 없지만 말이다. 정말로 대책은 오직 주님이시다. 그렇게 해서 이번 여름에 두 번의 캠프가 이 땅에서 열린다. 지난 겨울 순방 때 주님께서 허락하신 약속의 말씀은 지금도 진행중에 있다. 순종함으로 그릇을 빌렸으니 이번 여름, 그 모든 그릇 위에 기름으로 채우실 주님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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