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나만큼 행복한 스무 살은 없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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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람 형제(헤브론원형학교 5기 졸업생)

2019년은 제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의미 있는 한해였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제가 스무 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늘 학생일 줄 알았던 제게도 세상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꽃다운 때, ‘청춘’이 찾아온 것입니다.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나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볼 수 있는 나이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한해를 저에게 더 의미 있게 만들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제일 사랑하는 예수님의 부르심을 따라 P국을 섬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실 날을 속히 앞당기기 위해, 직접 열방에 나가 공부하고 섬기며 직접 그들과 교제하고 그 땅을 밟으며 기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P국으로 떠나는 날 공항으로 달리던 차 안에서 혼자 중얼거렸던 것이 생각납니다. ‘이 세상에 나만큼 행복한 스무 살은 없을 걸?!’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시 126:5~6)
하나님께서 저를 P국으로 부르실 때 주셨던 약속의 말씀입니다. 씨를 뿌린 농부는 자나 깨나 씨가 뿌려진 밭을 생각합니다. ‘씨나 농작물이 잘 자라고 있나, 혹여나 강한 햇볕이나 비에 상하진 않을까’, 걱정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를 이와 같은 ‘씨 뿌리는 선교사’로 부르셨습니다. 자나 깨나 P국의 영혼들을 생각하고 섬기고 돌아보며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선교사로 부르셨습니다. 이 약속의 말씀을 받고 P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제 마음이 얼마나 흥분과 기대로 가득했는지 모릅니다. ‘책으로만 읽었던 존경하는 선교사님들(짐 엘리엇, 브루스 올슨, 에이미 카마이클)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차례구나!’ 그리고 약속의 말씀을 두고 기도했습니다. ‘주님, 저 P국에서 씨 뿌리다, 기도하다 죽어도 좋아요.’

참 재미있었습니다. 새로운 환경, 언어, 음식, 사람들, 날씨, 공동체, 문화…. 사방팔방 처음 경험하는 것투성이였습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초반에는 많게는 하루 5시간, 적게는 3시간씩 자며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꼭 아침 일찍 주님과 만나고 싶어 새벽에 일어나 기도실에서 P국과 캠퍼스의 부흥을 두고 눈물로 부르짖었습니다. 기숙사에선 40도 중후반을 오가는 날씨에 남자 셋이서 더위에 취해 속옷 바람으로 선풍기 4대를 틀고 젖은 수건 마냥 축 늘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몸은 조금 힘들어도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흐르고 새로웠던 것들이 ‘익숙한 것들’로 바뀌었습니다. 익숙함은 나태함이 되었고 점점 삶 속에 예배가 사라지고 감사가 사라지고 감격이 사라지고 기도실에서 흘리던 눈물이 사라지고 삶의 거룩함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보십니다. 가장 저를 낙담하게 했던 것은 고백과 모순되게 살아가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땅의 영혼은 커녕 정작 내 옆의 지체도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주님 오실 날을 기다린다고 말하고 캠퍼스의 부흥을 꿈꾼다고 고백하다가도 그런 열정도 하루만 지나면 식어버렸습니다. 주님 뜻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처럼 고백했지만 당장 상황에 부딪히니 이래저래 핑계 대며 삶의 기준을 낮추고 있었습니다. 같은 복음을 믿고 같은 고백을 하지만 제가 존경하는 수많은 선교사님의 삶과 저의 삶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처음으로 부르심의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미 저와 같은 고민을 하셨던 한 선교사님이 계셨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남기신 글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뜻입니다. 즉 그리스도께서 사람으로 태어나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실천하신 완전한 순종의 삶을, 자기 역시 어떻게 해서든 살게 해 주신다는 사실을 신뢰한다는 뜻입니다.” – 순전한 기독교 中

주님이 살게 하신답니다. 제가 할 일은 그분 곁에 꼭 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매일 P국에서 할 수 있는 고백은 처음 주님을 만난 그 순간과 똑같이 ‘주님이 필요합니다. 도와주세요. 저와 함께해주세요. 더욱 변화시켜주세요.’ 였습니다.

지난 시간을 통해 주님 없이 주님의 도우심을 벗어나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무식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무식한 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이제는 주님의 도우심 없이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저를 남은 1년도 신실하게 함께 하셔서 순종의 삶을 살게 하실 주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주님이 하셨습니다.

글쓴이 지하람 형제는│헤브론원형학교 졸업이후 2년 과정인 ‘용감한정예병’으로 현재 P국의 F대학에서 순종의 걸음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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